세 아이를 위한 양평 오솔집

J. Kuhn J. Kuhn
양평 오솔집, B.U.S Architecture B.U.S Architecture Koridor & Tangga Mod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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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손수 지은 축사가 있던 자리에 세월이 흘러 아들 내외가 세 아이를 위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집을 지었다. 시골에서 지낸 유년기가 좋은 추억으로 남은 이 부부는, 세 아이에게도 그런 경험을 전해주기 위해 교통이 불편한 점을 감수하고 시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은 건축 대지의 일부를 옆집이 텃밭으로, 또 다른 일부는 마을 사람들이 밭으로 가는 오솔길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한 마을에서 4대째 살아오는 건축주 가족은 마을 사람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그 공간을 기꺼이 그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오늘은 국내 건축가 B.U.S ARCHITECTURE에서 설계 건축한 세 아이가 마음껏 뛰노는 집.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양평 오솔집을 소개한다.

 by photographer Kyung Roh

오솔길을 살린 주택

높고 견고한 담 대신 수풀과 나지막한 나무로 기본적인 경계만을 그려낸 주택 외관은 주변 이웃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그대로 유지한 오솔길을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일부를 수정하고 여분의 대지는 주차공간으로 활용했다.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 가정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집을 둘러싸는 마당 길

화려한 조경 대신 깔끔하게 잔디밭을 깔아놓은 정원은 소박하고 가정적인 느낌을 준다. 수돗가를 중심으로 집을 둘러싸는 디딤돌 라인이 여기에 한층 부드럽고 풍부한 공간감을 형성하고 있다. 

디딤돌 길은 집 전체를 한 바퀴 크게 돌면서 집과 길 사이에 '마당 길'을 형성한다. 이는 밖에서 끝나지 않고 집 안으로 이어져 들어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거실 길을 채운 대청마루와 책장

현관문을 지나 실내로 들어오면 집 안을 크게 둘러가는 거실 길을 만날 수 있다. 길을 따라 만든 10m가량의 책장과 책상은 인건비와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기성제품을 활용해 직접 현장에서 조립, 시공한 아이템이다. 소파나 의자를 대신하는 평상 스타일의 넓은 대청마루 역시 총예산을 절감하는 동시에 가족 모두를 위한 좌식 생활 아이디어를 반영한 공간이다.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으로,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가족들의 시청각실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원하는 자세로 편하게 앉고, 누울 수도 있는 약식 나무 마루인 평상. 일반 벤치보다 넓고 낮으며 마루 보다는 위치나 구조가 더 자유롭다. 이런 평상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가 좌식생활과 입식 생활을 병행하는 현대의 한국인들에게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평상 마루 인테리어를 여기에서 소개한다.

마당으로 열려진 가족실

대청마루와 책장 사이로 길게 이어지는 거실 길을 따라 돌아들어 가면 주방과 식당을 지나 다시 처음 지나왔던 현관 앞에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빙글빙글 달팽이 모양을 닮은 이 길은 집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선으로, 부드러운 흐름을 유도하며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주곤 한다. 

마당 쪽으로 나 있는 거실 길은 넓은 전면 창을 설치해 야외를 향해 탁 트인 전경을 담아내고 있다. 풍부한 자연 채광을 실내 가득 담아내는 것은 물론 사계절 변화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가족 모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게 될 공간이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과 다락방

마당을 마주한 길은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있어 계속 순환되며 2층 놀이방과 다락방으로도 연장된다. 아이들을 위해 재미있게 구성한 이 구조는, 세 아이가 기고 뛰어오르고 굴러다니며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터와도 같은 공간이다. 복층으로 구성해 아래는 낮고 아늑한동굴 같은 놀이방으로 꾸미고, 위쪽은 아이들 방으로 연결되는 가족실로 꾸며 입체적인 볼륨감을 살렸다.

안정감을 준 계단

거실길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곧게 뻗은 디자인으로 벽면 사이에 설계하고 핸드레일을 추가로 설치해 안정감을 최대한으로 살렸다. 아이들이 있는 집인 만큼, 마음껏 뛰어다녀도 안전한 구조로 설계했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다. 계단은 화이트 컬러에 우드 디딤판을 입혀 심플하고 차분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화려하기보다는 단아하고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다.

폐 축사 고가재로 만든 테이블

할아버지가 손수 지은 축사는 건축주 가족이 이 마을에 뿌리를 내리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지금은 폐 축사가 된 곳이지만, 그곳에 스며들어 있는 건축주 아버지의 삶과 정신을 지켜내 되새기고 싶었던 건축가는 축사 구조재를 새집으로 끌어들였다. 본래 집의 노출 보로 재사용하려던 의도는 구조적인 문제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고, 대신 고자는 가족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작은 테이블로 재탄생했다. 

테이블은 용도에 따라 분리가 가능한 좌식으로 디자인하고, 안쪽의 작은 테이블 상판을 축사에서 나온 목구조재로 만들었다. 안쪽의 작은 테이블만 따로 빼내면 아이들에게 딱 맞은 미니 테이블이 되고, 외부 구조물과 합치면 성인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큰 규모의 테이블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식탁의 모양이 집의 평면을 닮았다는 사실이다. 할아버지가 지으신 축사의 기억을 담고 있는, 현재의 집 모양을 닮은 테이블. 여러 가지로 건축주 가족에게는 깊은 의미가 담긴 테이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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