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어딘가 탁한 공기와 답답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날이 추운 날에는 자주 환기를 시키기도 어렵고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문을 열어놓아도 끈적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이어야 하는 침실 공간을 조금 더 쾌적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한정된 공간에 산소를 공급하고 화학 물질을 흡수하고, 더 나아가 숙면에 도움이 되는 향까지 침실에 잔잔히 퍼지게 하는 식물들이다.
공간에 어울리는 식물은 그 자체로 멋진 소품이 되고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물론 공기 정화 식물을 배치한다고 실내의 공기가 완벽히 정화되는 것은 아니다. 보조적으로 공기 정화의 기능을 하며, 무조건 많이 배치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공간의 크기에 맞게 수용 가능한 수와 크기의 식물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최소 30분은 환기해야 하고 침대, 배게 커버 등은 2주일에 한 번씩 세탁하여 집먼지진드기나 먼지가 붙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카펫, 담요 등은 먼지를 꼼꼼히 닦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실이나 상점, 가정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난초이다. 그 외관도 수려하지만 꽃의 향이 정신을 맑게 해주고 잎과 꽃의 조화가 아름답다. 난초는 속씨식물 중 가장 큰 식물군으로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그 종류와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난의 종류별로 적절한 원예 방법을 알아보아야 한다. 종류별로 관심을 가지고 생장조건을 맞춰주면 재배할 수 있다.
난을 실내에서 계속 키울 수는 없다. 광합성을 위해서라도 적정량의 햇빛을 쏘여야 한다. 또한 온,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거나 통풍이 불량할 경우 난이 성장하는 데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난초는 반그늘에 통풍이 좋은 곳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한 번 관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환경과 배양방법에 따라 다르다. 보통 난석이 마르기 전에 물을 주어야 한다. 한 번 물을 줄 때 분 밑으로 물이 충분히 나올 때까지 주어야 한다. 여름에는 아침보다는 저녁에 주는 것이 좋고 잎에 물을 준 후에 햇볕에 직접 닿아 잎이 상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한다. 겨울에는 물을 자주 주지 않도록 하고 건조할 때는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면 좋다. 난분이 얼어 동해를 입지 않도록 조금 더 따뜻한 곳에 두는 것이 좋다. 동양란은 저항력이 강해 병충해에 강한 편이나 수분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여 치료하도록 하자.
실내에서 기를 수 있는 야자 중 하나인 이레카 야자는 나사가 선정한 실내 공기정화 식물 1위임과 동시에 품질이 뛰어나고 공간을 분위기 있게 채우기 좋아 인기가 많은 식물이다. 이레카 야자는 페인트, 니스, 본드, 합판 등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나 담배 연기 등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어 새로 이사 간 집이나 리모델링한 침실에 두기 좋다. 천연 가습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증산작용을 통해 대기 중으로 대량의 수분을 방출하기도 한다.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통풍이나 자연채광이 비교적 어려운 침실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다. 월동 온도는 10℃ 정도이니 실내에서 키우기 적절하다. 잎이 연하고 줄기가 황색을 띠고 있어 차분한 분위기의 침실에 어울린다. 또 다른 종류로는 홍콩야자가 있는데 이국적인 외형으로 침실에 두면 관상용으로 좋다.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창가 쪽에 두면 침실의 분위기를 더 밝게 바꿔줄 수 있다.
침실의 특성에 따라 어떤 식물을 택할지, 그 식물을 침실 어디에 둘지 결정해야 한다. 독일의 디자이너 Egger's Einrichten은 그의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공간의 특성에 맞게, 또 동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식물을 배치하여 자칫 차가워보일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더했다.
스킨답서스는 흔히 스킨이라 불리며 집이나 상업공간 등 다양한 공간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이다. 흙의 종류나 채광에 민감하지 않으며 병해충에도 강하고 가격 부담도 적어서 많은 사람들이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 중 하나이다. 자라면 덩쿨의 형태로 벽이나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거나 바구니 화분에서 키우면 자연스럽게 늘어져서 집 안 조경 효과도 한몫할 수 있다.
스킨답서스는 반음지 식물이기 때문에 직광보다는 강한 빛이 없는 곳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흙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물을 주면 뿌리가 과습하여 썩을 위험이 있으므로 겉의 흙이 바싹 말랐을 때 물을 주면 된다. 꺾꽂이로 번식을 하기 때문에 너무 늘어지거나 길이가 길어지면 줄기를 잘라 수경으로 키우거나 흙에 심어도 좋다. 아이비와 마찬가지로 잎에 독소가 있기 때문에 애완동물이나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유의해야 한다.
벤자민 고무나무는 사철 짙은 녹색 잎이 무성한 것이 매력적인 식물이다. 밝은 녹색, 짙은 녹색, 얼룩무늬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벤자민 고무나무는 특유의 외관도 매력이지만 잎이 두꺼워 산소를 많이 발생시킨다. 나사의 공기정화 식물 테스트에서 22위를 차지한 식물이다. 태양광선을 좋아하므로 전면창이 있는 침실에서 키우면 좋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위치에 두면 밝은 햇빛과 함께 공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열대지방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므로 보온관리를 잘해주어야 한다. 여름에는 아침에 매일 한 번 씩 흠뻑 주고 겨울에는 화분 위 겉흙이 말랐을 때 관수하도록 하자.
비슷한 종류로 인도 고무나무가 있는데 이는 실내 미세분진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마감재에서 나올 수 있는 유독 물질이나 포름알데히드를 흡수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반그늘에서 잘 자라니 빛이 비교적 적게 드는 침실의 경우 배치해보자. 잎의 광택 덕분에 인테리어 장식으로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파티필름 속의 식물들은 아세톤이나 뷰티 제품의 독특한 향취를 없애주고 습도가 높은 실내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공기를 맑게 정화한다. 통풍이 어려워 냄새나 습도를 조절하기 힘든 침실에 두면 좋다. 최대 90cm까지 자라나는 흰 꽃은 침실의 포근한 침구, 가구와 어우러져 차분하고 편안한 침실을 완성할 것이다. 물이 부족하면 잎이 시들시들하게 변하기 때문에 그러한 신호에 맞춰 관수하도록 하자. 직사광선을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반그늘에 두면 잘 자란다. 견딜 수 있는 최저 온도는 10도이고 16~25도 사이 온도가 가장 적절하다. 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겉흙이 마르면 물을 흠뻑 주고 윗부분까지 함께 뿌려주면 잎사귀의 먼지도 청소할 수 있다. 3~5일에 1회 정도가 적당하고 겨울에는 6~10일에 1회 정도가 좋다.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변에 물을 자주 뿌려주는 것이 좋다.
라벤더는 꿀풀과의 식물로 잉글리쉬 라벤더, 프렌치 라벤더, 피나타 라벤더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기 때문에 통풍이 잘되고 약간 건조한 공간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창문이 있는 침실이라면 창가 쪽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라벤더를 배치하여 공간의 건조함을 조절할 수 있다. 라벤더는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좋고 수면, 진정, 안정 등이 효능이 있어 방향제, 아로마 오일, 각종 미용용품 등에서 익숙하게 쓰인다. 라벤더 차를 한 잔 마시거나 라벤더를 실내에 두면 숙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라벤더를 화분에 심어 배치해두는 것도 좋지만 잎을 말려 포푸리, 방향제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라벤더는 많이 알려진 허브 종류라 씨앗을 구하기도 수월한 편이니 만능 식물 라벤더를 침실에 배치해보자.
산세베리아는 이미 새집증후군 예방 식물로 유명하다. 야간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생장하면서 음이온을 발생시켜 인체에 해로운 전자파를 막기도 한다. 덥고 건조한 아프리카가 원조이기 때문에 실내에서 키우기에 매우 적절하다. 밝은 곳에서 잘 자라지만 침실 구조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채광이 덜 되는 위치에서도 키울 수 있다. 건조한 환경에도 강해 물을 자주 주지 않는 것이 좋다. 흙이 말랐을 때 물을 흠뻑 주는 것이 좋고 식물의 한가운데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견딜 수 있는 최저온도는 15도이며 겨울에는 실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만약 침실과 이어진 발코니가 있다면 더 다양한 식물을 키울 수 있다. 발코니의 통풍과 실내의 따뜻함을 적절히 활용하여 계획적으로 식물을 키워보자. 발코니를 활용하여 더 아름다운 공간을 완성한 예는 여기서 볼 수 있다.